흔히 최고급 룸살롱을 일컬어 ‘텐프로’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정의된 바에 따르면 ‘2차가 없는 최상위의 술집이나 룸살롱’ 정도로 이해하면 큰 무리가 없지 않다. 여기서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텐프로는 ‘시설이나 아가씨, 손님의 면면이 소위 말해 상위 10% 안에 드는 업소’를 뜻한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텐프로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그렇게 알고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같은 정의가 텐프로의 실체인양 알려져 왔지만 사실 정확한 의미에서 본다면 상위 10%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하면 시설은 상위 10%에 들지 몰라도 아가씨나 손님의 수준은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할 때 가히 상위 1%안에 들고도 남기 때문이다. 텐프로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대부분의 텐프로 업소들은 유흥문화를 선도하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성업중이다. 그 수는 모두 합쳐 30여개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20여개 정도. 그렇다면 텐프로의 실제는 어떠할까. 우선 본인이 확인한 모 텐프로보다 여종업원의 평균적 수질이 우수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는 점이다. 여종업원 수준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치인 손님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유명한 G업소는 아가씨 수준이 더 뛰어날 개연성도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텐프로는 ‘2차가 없는 최고급 룸살롱’ 정도로 정의하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이처럼 수질이 최고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 텐프로가 욕을 많이 먹고 있다. 냉엄한 현실이다. 바로 아가씨들의 더블이 그것.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여종업원들의 더블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실 그렇다. 본인도 아가씨들의 더블에 대해 손님들에게 억지 이해를 구하고 싶지 않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아가씨들이 더블을 뛰지 않는 90% 이상의 술집이 있고 손님들은 아가씨들이 더블을 뛰지 않는 술집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화류계, 그중 룸살롱의 세계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시장을 반영한다.
일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고 할까. 즉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시장경제, 그 자체가 정점에서 완벽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형태가 어떠한 술집이든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왜일까. 누군가 손님이 찾지 않는 술집은 자연히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술집 형태가 시대를 풍미하는 술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지난 9·23 특별법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강남 유흥가의 상징은 누가 뭐래도 속칭 ‘즉빵클럽’이었다. 손님들이 룸살롱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2차였는데 이 같은 손님들의 요구는 정확히 반영해서 저렴한 가격에 많은 아가씨들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인 즉빵클럽이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 유흥가의 대세가 됐었다.
여기서 2시간이나 혹은 2시간30분이라는 타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술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직 관심은 아가씨와의 2차에 쏠려 있었던 이유에서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유흥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텐프로 역시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이지만 텐프로를 원하는 손님이 없었다면 아마 존속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흥 전문가들은 “텐프로는 2차는 안 나가는 대신 파트너만큼은 예뻤으면 좋겠다”라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고. 2차를 안나가기에 오히려 술자리 자체의 중요성과 의미가 더욱 부각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 곳에서 다양한 유흥거리를 자연스레 찾게 됐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그렇다면 왜 텐프로에서는 아가씨들이 더블을 뛸까. 경우에 따라서는 더블, 트리플도 뛰면서 손님들의 원성을 얻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정말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이유를 알면 더 열 받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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